타란티노 영화와 재키 브라운

 

▲출처-네이버 영화=사실 얼마 전 재키 브라운은 타란티노의 필모그래피를 조사하기 전까지는 그 존재를 잘 몰랐다. 제목조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어찌 보면 가장 타란티노답지 않은 영화라 그럴 수도 있다. 물론 당시 B급 영화에서 자주 출연했던 팜 그리머를 주연으로 캐스팅하면서 타란티노의 B급 정서가 영화에 담겨 있고, 새뮤얼 L 잭슨의 수다스러움도 영화 속에 드러난다. 하지만 감독의 이름을 모른 채 재키 브라운을 보게 된다면 이 영화의 감독으로 타란티노를 유추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이 영화에는 그 특유의 색채가 많이 담겨 있다.

가장 큰 특징으로는 타란티노의 잔혹성이 이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을 살해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는 한다. 그러나 총에 의해서만 살해하고, 그 장면은 자세하게 묘사하지 않는다. 첫 번째 살해 장면만 멀리서 풀샷으로 보여주겠다. 그 후에도 배우의 배후에서 잡는 등, 총상도 보이지 않는 연출의 흔적이 보인다.

출처와 네이버 영화 다음은 수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물론, 수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새뮤얼 잭슨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작과 달리 그에게 대사를 말할 대상이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의 새 파트너 루이스(로버트 드니로)는 말이 없다. 재키 브라운도 그와의 대화에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극의 진행에 있어 중요한 이야기를 할 뿐이다. 의미 없는 대사가 섞여 있는 타란티노의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이 영화에서는 내용 전개에 있어 필요한 대사만을 말하는 느낌이 강하다. 심지어 극중 인물이 사무엘을 말이 너무 많다고 표현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재키 브라운이 등장하는 오프닝 장면에서도 대사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이전의 저수지의 개들이나 펄프 픽션이 대화로 영화가 시작되는 것과는 상반되는 부분이다.

출처-네이버 영화 저키브라운은 타란티노 특유의 서사구조를 뒤집는 방식이 아니라 주류 영화의 서사구조를 따르는 방식을 택했다. 기승전결의 구조가 비교적 명확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다. 스튜어디스 생활과는 별도로 새뮤얼의 검은돈을 운반하던 재키가 이를 경찰에 붙잡히자 경찰과 오델(새뮤얼 L 잭슨) 사이에서 자신의 살길을 찾는 이야기다. 타란티노 영화 가운데 이렇게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는 영화가 있는가 싶을 정도다.

좀 더 구체적으로 내용을 들여다보면 새뮤얼은 재키가 자신의 돈 50만달러를 멕시코에서 운반해 오기를 원했고 경찰은 재키가 이 돈을 운반해 주는 척하면서 오델을 잡기 위한 증거를 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간에 재키가 있어 이중 스파이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이들의 두뇌싸움을 관찰하는 것이 이 영화의 묘미다. 50만달러를 놓고 경찰, 오델, 재키가 동상이몽을 꾸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멜라니와 맥스까지 끼어들게 돼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얼핏 도둑들이 연상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나의 다이아몬드를 놓고 대립하는 도둑들과 50만달러를 놓고 대립하는 재키브라운 속 인물들이 비교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재키 브라운은 굳이 타란티노의 작품치고는 그렇지 않아도 평범한 작품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졸작이라는 건 아니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보통 영화도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영화다. 독특한 영화를 만드는 타란티노다 보니 주류 형식에 따라 평범한 영화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평범함이 오히려 예상을 깨는 선택지가 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평범하게 만드는 것도 독특해져 버리는 타란티노는 축복받은 일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