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었던 문배주, 평양에서 유명한

 남북의 흐름처럼 하나로 이어진 민족의 술, 문배주를 만든다

물살은 남북을 갈라놓지 않았으며 명주에 대한 인식도 남북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평양에서 유명한 술이었던 문배주가 남한에 와서도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결국 남북의 흐름이 같고 민족의 뿌리가 같지 않을까. 일제 시대와의 전쟁을 피하고 양곡 관리 법에 견디며 계속해서 온 문주가 평화를 상징하는 만찬회의 술이며 국빈 접대용 국주로 인정 받기까지 노력하고 온 역사를 살펴본다.writer. 강나은 photo. 문배주 양조원

평화를 상징하는 만찬주로 사랑받는 문주

2000년 6월 14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던 날 남측에서는 만찬 술로 문배주를 준비했다. 남북이 같은 강을 끼고 살면서 같은 술을 빚어내는 한민족임을 이처럼 잘 알린 전통주는 문배주밖에 없었다.

원산지가 평양인 술이 남한에서도 활발하니 평화의 의미를 전했으면 좋겠습니다. 북측에서 문주님 말씀을 듣고 먼저 요청했다고 들었습니다.”

문배주에 관한 소문이 북한까지 흘러나온 것은 1990년 남북고위급 회담 당시 애주가였던 연형묵 전 총리가 서울에서 문배주를 맛보며 그 맛을 극찬했기 때문이다. 이런 역사 덕분일까. 2018년 1차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문배주 당선자는 공식 만찬에 선정돼 18년 만에 다시 남북정상회담 테이블에 앉게 된다. 남북정상회담이 아니더라도 문배주는 국가 중요 행사 때마다 등장해 국빈 접대용 국주로서 만찬을 더욱 빛나게 하는 역할을 했다. 한국의 국주라는 찬사를 들을 만한 비단은 과연 어떤 맛일까. 문배주를 입에 넣으면 맑고 깨끗한 첫맛이 밀려온다. 그 다음 증류주로만 느껴지는 힘찬 기세가 몰아치는데, 상쾌하고 농밀한 마치 어떤 종류의 열매와 꽃을 입에 문 것처럼 그 여운이 풍부하고 진하게 남는다. 문배주 한 잔에서 기승전결의 흐름이 느껴지자 어떻게 이 술이 이름 없는 술로 남을 수 있었을까.좋은 원료부터 만들면, 좋은 술이 나오는 것은 다 똑같을 것입니다.물은 문배주를 만드는 과정은 물론 떡메나 메소를 키우는 데 사용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해요.

일제시대에도, 전쟁에도, 각종 규제에도 이어지는 문도들의 전통

우아하고 힘찬 맛의 문배주를 맛본 사람이라면 값진 술자리가 있을 때마다 자랑스럽게 내놓거나 고마움을 표시하는 답례품으로 주고 싶을 게 뻔했다.역사적으로 문배주는 워낙 귀하여 고려시대에는 임금에게만 진상하는 가양주였으며, 이후 후손들에게 이 비법이 알려지면서 귀족에게 벼슬을 부탁할 때 전달하는 뇌물로 사랑받았다. 시간이 흘러 흘러 일제시대 전통주 말살정책이 한창이던 시기에도 문배주는 비밀리에 제조방법이 알려졌다.그리고 해방 후 이기춘 명인의 할아버지 이병일 대표가 대대로 내려오는 양조법으로 만든 문배주를 본격적으로 생산했다. 이후 아버지 이경찬 대표가 이 양조장을 물려받으면서 대문배주 사업은 더욱 번창했다.1950년 625전쟁이 터지자 아버지 이경찬 대표는 문배주 담그는 법 하나를 들고 식솔과 함께 월남했다. 이후 가업을 잇기 위해 서울에 다시 양조장을 세우고 거북선이라는 이름으로 문배주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965년 양곡관리법으로 희석식 소주와 맥주, 막걸리를 제외하고는 곡물로 만드는 모든 술의 생산이 금지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정부가 허가한 대로 알코올에 물을 섞어 팔았으면 큰돈을 벌 수 있었을 겁니다.그런데 문배주로 가업을 잇던 아버지가 희석식 소주는 절대 만들지 않겠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1986년 문배주는 오랜 역사를 통해 내려온 우수성을 인정받아 충남의 면천 견주, 경상북도 경주 교동 법주와 함께 향토주 제조의 하나로 지정되었다. 이때 아버지 이경찬 대표가 중요무형문화재 제86호로 인정됐고 이기춘 명인과 아들 이승연 씨도 후계자로 지정됐다. 1990년 전통주 제조허가를 받고 서울 연희동에서 담금질을 재개했다.

양곡관리법이 시행될 때도 집에서 문재배주 담그는 법을 틈틈이 배웠습니다. 그리고 문배주가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고 아버지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선정되었기 때문에 우리 가문의 영광이었습니다.게다가 후계자가 저였으니 더 열심히 공부했죠.

이러한 노력으로 1995년 이기춘 명인이 전통식품명인으로 지정되었고, 아들 이승연 씨가 실장으로 문배주 양조를 이끌고 있다.아버지에서 아들로 문배주의 전통은 이어졌고, 문배주의 전통은 5대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이기춘 명인

조, 기장, 물 3가지 재료만으로 만들어진 명품

문배주는 조와 기장을 1:1.5 비율로 발효시킨 뒤 15일 정도 1차 발효 및 증류한다. 이후에도 6개월간의 숙성과정을 거쳐야 상위에 오를 수 있다.다른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더라도 문배주에서 상쾌한 향을 내려면 그만큼의 정성과 기다림이 필요하다.온도, 습도, 깨끗한 환경 등 발효시간 동안 주변을 주의 깊게 살피고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또 문배주에 사용하는 조와 기장도 같은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현재 문배주양조원에서 사용하는 찰수수와 메조는 자체 생산과 청정지역 농가를 통해 계약재배를 받고 있다. 주변의 물과 공기 등의 조건을 항상 체크하는 것은 필수이고, 매입 시에도 철저한 품질검사를 거친다. 그것도 부족해 문배주양조원에서는 1만 3,223㎡(4,000평) 규모의 공장주변부지에 봄마다 옥수수와 메조를 파종하고 가을에 수확한다.전국적인 작황을 파악하고 연구개발을 진행하기 위해서이다. 어찌 보면 독특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승춘 명인에겐 당연하다.

은제 원료로 만들어야 좋은 술이 나오는 건 다 똑같을 겁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필수적인 원료는 물이다. 김포로 양조장을 옮긴 이유도 바로 물 때문이다.

김포는 지하수도 좋고 지하수의 양 자체도 많아서 이쪽으로 흐르지만 물은 문배주를 만드는 과정은 물론 옥수수나 메조를 기르는 데 쓰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명품을 만들 때는 장인의 정성과 최고의 재료가 맞아야 한다.천년 동안 대대로 내려오는 양조의 비법과 이를 지키는 끈기, 깨끗한 물이 만나 문주는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전통을 지켜온 시간만큼 앞으로도 천년 동안 문배주의 맛은 더욱 깊어질 것이고 향기는 더욱 넓게 퍼질 것이다.